오늘 뉴스터치는 무려 9년 3개월 만에 붙잡힌 살인 용의자 이야기입니다.
남성이 제주동부경찰서로 들어섭니다.
2009년에 발생한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49살 박모 씨입니다.
피해자가 실종 당일 탔던 택시의 운전 기사로, 당시에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됐는데요.
오늘 아침 8시쯤 경북 영주에서 붙잡혀 제주로 압송됐습니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왜 9년이 넘어서야 당시 풀어줬던 유력용의자를 다시 체포한 걸까요?
2009년 2월 1일 새벽 3시쯤, 어린이집 보육교사 27살 이모 씨는 남자친구 집에 있다 자신의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불렀는데요.
그 뒤 부터 이 씨는 실종됐습니다.
남자친구 집에서 나와 새벽 4시를 마지막으로 이 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졌습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돌입했는데요.
엿새 만에 이 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애월읍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경찰은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는데요.
사건 당일 행적과 차종, 차량색깔이 같았고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반응을 보이는 등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씨를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의 사망 추정시각이 택시기사를 풀어준 결정적 이유였는데요.
경찰은 실종된 새벽, 택시기사인 박 씨가 이 씨를 살해한 걸로 봤는데요.
당시 이 씨에 대한 부검 결과 시신이 발견되기 전 24시간 이내 숨진 것으로 나왔던 겁니다.
일반적인 시신의 부패 정도나 체온 등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실종이 된지 한 참 뒤에 살해된 것으로 나오다 보니 택시기사는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결국, 범행시간마저 추정하지 못하면서 택시기사 박 씨는 풀려났고, 이렇게 사건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실마리를 푼 건 시간이었습니다.
과학수사의 발달로 사망시각을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게 되자 경찰은 9년 만인 지난 1월,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동물 부패 실험까지 했는데요.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정빈 /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
"(사망) 7일이 지나더라도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을 수 있다… 배수로이고 물이 흐르고 있었고 옷을 입고 있었고…"
똑같은 조건으로 4번에 걸쳐 동물 실험을 했더니 사망한 지 7일이 지나도 시신 부패가 없고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았던 겁니다.
경찰은 이 씨가 실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걸로 보고,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들을 다시 조사했는데요.
음성과 진술까지 분석한 끝에 박 씨를 다시 유력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았습니다.
현재 경찰은 동물실험결과와 과학수사기법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증거로 채택돼 유족들의 한이 9년 만에 풀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터치였습니다.